현대와 전통이 숲속에서 만나는 곳, 완주 소양면 '아원'

우리들의 정원에서 만난 가장 한국적인 공간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소양면. 전주에서 차로 30여 분만 벗어나면 도시의 풍경은 어느새 산과 숲으로 바뀐다. 그 깊은 산자락에 많은 사람들이 '한옥 호텔'로 기억하는 공간이 있다. 하지만 직접 걸어보니 아원은 숙박시설이라기보다 하나의 잘 설계된 공간 경험에 가까웠다.

'아원(我園)'.

한자로는 '나의 정원'이라는 뜻이지만, 아원은 이를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의미로 소개한다. 누구나 잠시 머물며 자연과 건축, 예술을 함께 경험하는 공간이라는 철학이 이름 속에 담겨 있다. 아원은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완주 종남산 자락으로 이축해 조성한 공간으로, 전통 한옥과 현대 미술관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려한 한옥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은 아주 소박했다.

좁은 개울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서 일상의 풍경과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된다. 그 이후 나타나는 것은 전통이 아닌 노출콘크리트 건축이다.

첫 번째 건물은 통유리 너머로 미디어아트가 펼쳐지는 현대적인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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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공적인 빛이 서로 겹쳐지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잠시 후 또 다른 노출콘크리트 건물인 미술관으로 이어지고, 건축물 안의 좁은 길은 그 사이를 연결하는 


전통을 보기 전에 현대를 경험하게 하는 공간

한옥을 기대하며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오래된 담장도, 화려한 대문도 아니다. 담쟁이덩굴이 뒤덮은 거대한 노출콘크리트 벽과 마치 벙커를 연상시키는 좁은 입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좁은 통로를 따라 한 사람씩 걸어 들어가면 높은 콘크리트 벽이 양쪽을 감싼다. 하늘은 가늘게 잘려 보이고, 발걸음 소리와 빛만이 공간을 채운다. 전통 한옥을 향해 걷고 있지만 공간이 들려주는 언어는 오히려 현대 건축이다.

이 장면은 건축에서 말하는 브루탈리즘(Brutalism)의 공간 경험과 닮아 있다.

브루탈리즘은 단순히 거친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건축 양식이 아니다. 재료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며, 사람의 감정을 공간의 크기와 빛, 동선으로 조절하는 건축 철학에 가깝다.

아원의 미술관은 이러한 요소를 절묘하게 활용한다.

긴 콘크리트 복도를 지나면 갑자기 수십 배 넓은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좁게 압축되었던 시야가 한순간에 열리면서 방문객은 공간 자체에 압도당한다. 높은 천장, 거대한 노출콘크리트 벽, 잔잔한 수공간은 작품보다 먼저 공간을 감상하게 만든다.

이러한 '압축과 해방(Compression & Release)'의 연출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공간 설계 방식이다. 아원은 이 경험을 현대 미술관에서 끝내지 않고, 다시 숲길과 한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결국 방문객은 현대 건축을 지나 전통 건축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와 전통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 속을 걸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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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콘크리트가 만든 긴장감과 수백 년 한옥의 따뜻함은 서로 대비되면서도 이상할 만큼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그래서 아원은 단순한 한옥 숙박시설이 아니라, 하나의 잘 설계된 공간 시퀀스라고 부르는 편이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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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보다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숲

아원을 걷는 동안 계속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숲이다.

건물들은 숲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숲을 배경으로 존재한다.

노출콘크리트 역시 자연을 방해하기보다 숲속에서 더욱 차분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한옥 또한 산세와 어우러져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인공적인 건축이 자연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가 많은 이유도 결국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를 잘 설계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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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는 공간에서 사유하는 공간으로

현재 아원은 한옥 스테이뿐 아니라 미술관과 갤러리, 미디어아트 전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숙박객이 아니더라도 정해진 관람 시간에 방문하여 공간을 둘러볼 수 있으며, 전시와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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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러 사진만 찍고 떠나는 관광지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천천히 걷고,

잠시 앉아 쉬고,

조용히 바라보게 만드는 공간이다.

아마도 아원이 이야기하는 '쉼'은 숙박이 아니라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Editor's Pick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본 아원의 가장 큰 매력은 한옥만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 건축과 전통 건축 사이의 균형감이다.

최근 국내에는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들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전통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소비하거나 반대로 현대 건축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원은 그 두 요소가 서로를 돋보이게 만드는 드문 사례다.

특히 방문객이 걷는 동선 자체를 하나의 전시처럼 설계한 점은 공간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직접 경험해 볼 만하다.

여름의 풍경을 경험했으니, 눈쌓인 겨울울 체험해 보면 좋을것 같았다. 

전북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많다.

하지만 자연만으로는 관광지가 되기 어렵다.

아원처럼 자연과 건축, 예술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공간이 많아질수록 전북만의 문화 관광 경쟁력도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