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천일석재에서 만난 석재 명장 강현녀 대표와 돌의 시간
전북 익산의 천일석재를 찾았다. 천일석재는 거의 20여년 가까이 디자인 관리를 하고 있는 익산의 석재 산업의 역사를 같이하는 석재기업이다. 석재 음수대, 의자석, 조형물 등을 생산하며 우리는 음수대 디자인, 의자석 디자인, 홍보물 등의 디자인을 진행해 왔다.
거대한 원석이 석재 음수대와 의자석, 조경석으로 탄생하는 현장과 석재 명장 강현녀 대표의 이야기를 스토리 전개식으로 기록한다.
거대한 화강석 하나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천장 크레인에 매달린 수 톤짜리 돌덩이가 거대한 석재 커팅기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앉는다. 작업자는 몇 차례 위치를 확인한 뒤 기계를 작동시킨다. 금속이 맞물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긴 절단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 그저 커다란 돌이었던 원석은 서서히 새로운 형태를 향해 잘려 나간다.
전북 익산에 있는 천일석재의 아침 풍경이다.

돌은 이곳에서 도시의 풍경이 된다
공장 한편에는 완성된 석재 음수대와 의자석, 조경석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누군가는 공원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이 음수대 앞에 멈춰 설 것이고, 누군가는 의자석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를 것이다. 조경석은 공원과 산책로, 광장의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이런 시설들을 당연하게 사용하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천일석재는 바로 그런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곳이다.

"돌은 급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공장을 안내하던 강현녀 대표가 절단 중인 화강석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돌은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결도 다르고 성질도 다르죠. 조금씩 깎고 다듬으면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는 손으로 원석의 단면을 쓰다듬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돌은 자연이 만든 재료다. 같은 화강석이라도 색과 무늬, 결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석재 제품은 단순한 기계 가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돌의 특성을 읽어내는 경험과 감각이 필요하다.
강현녀 대표는 오랜 시간 석재 현장을 지켜온 석재 명장이다.
남성 중심의 석재산업에서 직접 현장을 누비며 원석을 고르고, 제품을 설계하고, 공정을 관리해왔다. 지금도 공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제품 하나하나를 직접 설명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수대 하나에도 기술이 있다
천일석재의 대표 제품 가운데 하나는 석재 음수대다.
강 대표는 완성된 음수대 앞으로 기자를 데려갔다.
"사람들은 수도꼭지만 보지만, 사실 음수대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중요합니다."
배수 구조는 적절한지, 유지관리는 편리한지, 겨울철에는 물이 얼지 않는지, 오랜 시간 사용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최근 천일석재는 동절기 결빙 문제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공원과 학교, 산책로, 체육시설에서 사람들이 계절과 관계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음수대를 만드는 것 역시 석재 기술의 일부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머무는 곳에는 돌이 있다
천일석재가 만드는 것은 음수대만이 아니다.
공원과 광장, 산책로에 설치되는 의자석과 조경석 역시 이곳의 주요 제품이다.
돌은 콘크리트나 철보다 느리다. 제작에도 시간이 걸리고 옮기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수십 년 동안 그 공간을 지킨다.
의자석은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갈 장소를 만들고, 조경석은 공간에 자연스러운 경계와 질서를 부여한다.
강현녀 대표는 "좋은 석재 제품은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오랫동안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공시설이라는 이야기다.

돌에도 꽃은 핀다
공장 사무실 한편에는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강현녀 대표가 직접 집필한 자서전 『돌에도 꽃은 핀다』다.
책에는 석재산업에서 여성 경영인으로 살아온 시간과 수많은 현장의 기록이 담겨 있다.
강 대표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돌은 땅에 묻혀 있을 때는 바윗덩어리에 지나지 않지만 석공의 정성스런 손길이 닿으면 꽃이 되고, 집이 되고, 사람이 된다."
다시 공장 밖으로 나오자 조금 전 커팅기 위에 놓였던 거대한 돌이 여러 개의 석재로 나뉘어 있었다.
지금은 그저 잘려진 돌처럼 보인다.
하지만 얼마 뒤 그 돌은 누군가의 목을 축여주는 음수대가 되고,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의자석이 되며, 도시의 풍경을 완성하는 조경석이 될 것이다.
익산의 작은 공장에서 만난 돌들은 아직 말이 없었다.
그러나 강현녀 대표가 책 제목처럼 말했듯, 그 돌들 위에는 이미 작은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Editor's Pick
천일석재는 오랜 역사를 가진 석재 회사이지만 과거의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음수대와 의자석, 조경석 같은 공공시설물에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더하며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는 공간'을 고민한다. 돌을 다루는 기술 위에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실험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의 석재 산업은 건축석재 외에는 매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관련한 노동자도 평균 나이가 60전 후이다. 그러나 전통의 석재 산업으로써 명맥을 유지하는 천일석재의 모습에서 견고한 황등석 같은 굳건함을 느낀다.
익산 천일석재에서 만난 석재 명장 강현녀 대표와 돌의 시간
전북 익산의 천일석재를 찾았다. 천일석재는 거의 20여년 가까이 디자인 관리를 하고 있는 익산의 석재 산업의 역사를 같이하는 석재기업이다. 석재 음수대, 의자석, 조형물 등을 생산하며 우리는 음수대 디자인, 의자석 디자인, 홍보물 등의 디자인을 진행해 왔다.
거대한 원석이 석재 음수대와 의자석, 조경석으로 탄생하는 현장과 석재 명장 강현녀 대표의 이야기를 스토리 전개식으로 기록한다.
거대한 화강석 하나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천장 크레인에 매달린 수 톤짜리 돌덩이가 거대한 석재 커팅기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앉는다. 작업자는 몇 차례 위치를 확인한 뒤 기계를 작동시킨다. 금속이 맞물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긴 절단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 그저 커다란 돌이었던 원석은 서서히 새로운 형태를 향해 잘려 나간다.
전북 익산에 있는 천일석재의 아침 풍경이다.
돌은 이곳에서 도시의 풍경이 된다
공장 한편에는 완성된 석재 음수대와 의자석, 조경석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누군가는 공원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이 음수대 앞에 멈춰 설 것이고, 누군가는 의자석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를 것이다. 조경석은 공원과 산책로, 광장의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이런 시설들을 당연하게 사용하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천일석재는 바로 그런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곳이다.
"돌은 급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공장을 안내하던 강현녀 대표가 절단 중인 화강석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돌은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결도 다르고 성질도 다르죠. 조금씩 깎고 다듬으면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는 손으로 원석의 단면을 쓰다듬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돌은 자연이 만든 재료다. 같은 화강석이라도 색과 무늬, 결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석재 제품은 단순한 기계 가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돌의 특성을 읽어내는 경험과 감각이 필요하다.
강현녀 대표는 오랜 시간 석재 현장을 지켜온 석재 명장이다.
남성 중심의 석재산업에서 직접 현장을 누비며 원석을 고르고, 제품을 설계하고, 공정을 관리해왔다. 지금도 공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제품 하나하나를 직접 설명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수대 하나에도 기술이 있다
천일석재의 대표 제품 가운데 하나는 석재 음수대다.
강 대표는 완성된 음수대 앞으로 기자를 데려갔다.
"사람들은 수도꼭지만 보지만, 사실 음수대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중요합니다."
배수 구조는 적절한지, 유지관리는 편리한지, 겨울철에는 물이 얼지 않는지, 오랜 시간 사용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최근 천일석재는 동절기 결빙 문제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공원과 학교, 산책로, 체육시설에서 사람들이 계절과 관계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음수대를 만드는 것 역시 석재 기술의 일부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머무는 곳에는 돌이 있다
천일석재가 만드는 것은 음수대만이 아니다.
공원과 광장, 산책로에 설치되는 의자석과 조경석 역시 이곳의 주요 제품이다.
돌은 콘크리트나 철보다 느리다. 제작에도 시간이 걸리고 옮기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수십 년 동안 그 공간을 지킨다.
의자석은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갈 장소를 만들고, 조경석은 공간에 자연스러운 경계와 질서를 부여한다.
강현녀 대표는 "좋은 석재 제품은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오랫동안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공시설이라는 이야기다.
돌에도 꽃은 핀다
공장 사무실 한편에는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강현녀 대표가 직접 집필한 자서전 『돌에도 꽃은 핀다』다.
책에는 석재산업에서 여성 경영인으로 살아온 시간과 수많은 현장의 기록이 담겨 있다.
강 대표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돌은 땅에 묻혀 있을 때는 바윗덩어리에 지나지 않지만 석공의 정성스런 손길이 닿으면 꽃이 되고, 집이 되고, 사람이 된다."
다시 공장 밖으로 나오자 조금 전 커팅기 위에 놓였던 거대한 돌이 여러 개의 석재로 나뉘어 있었다.
지금은 그저 잘려진 돌처럼 보인다.
하지만 얼마 뒤 그 돌은 누군가의 목을 축여주는 음수대가 되고,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의자석이 되며, 도시의 풍경을 완성하는 조경석이 될 것이다.
익산의 작은 공장에서 만난 돌들은 아직 말이 없었다.
그러나 강현녀 대표가 책 제목처럼 말했듯, 그 돌들 위에는 이미 작은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Editor's Pick
천일석재는 오랜 역사를 가진 석재 회사이지만 과거의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음수대와 의자석, 조경석 같은 공공시설물에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더하며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는 공간'을 고민한다. 돌을 다루는 기술 위에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실험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의 석재 산업은 건축석재 외에는 매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관련한 노동자도 평균 나이가 60전 후이다. 그러나 전통의 석재 산업으로써 명맥을 유지하는 천일석재의 모습에서 견고한 황등석 같은 굳건함을 느낀다.